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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입장) 반대 입장을 표명한 영국의 한 난민운동가이자 하원의원인 조 콕스가 피살을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용의자는 “Britain first!(영국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그녀를 총으로 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뒤 실시된 영국 국민투표의 최종결정은 ‘유럽연합 탈퇴’였습니다. 전세계의 난민운동가들은 이를 계기로 난민 신청자들의 난민 인정 및 난민들에 대한 처우가 더욱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난민은 어떤 관련이 있는걸까요?


브렉시트 주장 세력의 대표적인 근거가 바로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 의무적으로 난민을 분담해 수용하는 쿼터제 반대였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의 난민들이 늘어나자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시리아 난민을 분담해 수용하는 ‘쿼터제’가 결정되었습니다. 브렉시트 세력은 이주민을 비롯한 난민들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에 난민 수용에 반대한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결국 이는 난민에 대한 무지와 편견, 그리고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가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난민에 대한 무지와 편견, 그리고 제노포비아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난민들을 낯선 이방인으로 바라보고 불안감을 느끼는 시선이 대부분인 우리나라는 난민인정률도 무척 낮을뿐더러 난민들에 대한 처우 또한 무척이나 열악합니다.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은 2015년 12월 기준 3.8%로 이는 법무부단계, 가족결합, 재정착, 행정소송 승소건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이 중 행정소송 승소건 등을 제외하여 온전히 법무부 단계에서의 인정률을 추산하면 1.9%에 불과합니다.[각주:1] 

 

그렇기에 난민들의 존재를 세상에 보다 더 알리고, 이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는 과정은 무척이나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민을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자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한국의 난민지원 단체들은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한국의 난민 지원 및 문제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감도 공익법센터 어필, 피난처 등과 더불어 네트워크의 회원단체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난민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기 위해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이하여 6월 18일 토요일에 충무로의 대한극장에서 제2회 난민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올해 난민 옹호활동의 캐치프레이즈는 #난민과함께 (With Refugees) 입니다. 개막식에는 라즈베리필드의 보컬로도 활동하고 계신 가수 겸 배우인 소이씨가 축하공연을 해주셔서 난민영화제의 산뜻한 출발을 알렸습니다. :) 영화 상영관 앞에서는 난민지원네트워크 소속 단체들의 부스행사가 펼쳐졌습니다.


공감 부스에서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 난민편> 이라는 타이틀의 난민인정 시나리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난민지위 인정 요건을 알려드리고, 네 가지 실제 상황을 재구성한 시나리오를 통해 그 시나리오의 난민이 난민 지위 인정 요건에 충족하는지 아닌지를 맞춰보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Case #3. 성소수자로서의 난민

- A씨는 우간다 국민으로, 동성애자 여성입니다.

- 우간다에서 동성애 행위는 불법이며 종신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중한 범죄입니다. 우간다에서 동성애자들은 성적 지향을 이유삼아 차별, 협박, 사회적 괴롭힘의 대상이 되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거부되기도 합니다.

- A씨의 마을 사람들은 그의 어머니에게 “A가 동성애자로 의심되니 마을에서 내보내라”고 경고를 하였고, 어머니가 말을 듣지 않자 2달 뒤 A씨의 집에 불을 질러 A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사망하였습니다.

- 이에 A씨는 한국으로 입국하여 망명신청을 하였습니다.

- 현재 우간다의 동성애자들에 대한 핍박은 지속되고 있으며, A씨는 우간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합니다. 만약 돌아갈 경우, 폭력과 차별에 노출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난민인정 요건을 충족할까요?


정답은 ‘충족’입니다. 1) 국적국인 우간다가 아닌 한국에 있으므로 ‘외국에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며, 2) 국적국에 돌아갈 때 위해를 받을 공포가 있다고 보여지며, 3) 국적국을 돌아가길 원치 않고 있고, 4) 마을주민들로부터 배척 당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였으므로 공포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여지며, 5) 해당 위해가 박해에 해당하고, 6) 해당 박해가 ‘성소수자’라는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으로 인한 것이므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달랐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 불인정 처분을 하였고, 이에 그녀가 사법부에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 결정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결과가 뒤집어져 그녀는 결국 난민인정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투명성, 사법부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오해 등 여러 문제있는 지점들이 포함되어있었습니다.


난민 지위 인정에 있어서 어떤 요건들이 필요한지, 실제 난민들은 어떠한 박해를 피하여 망명 신청을 하는 것인지, 나아가 난민 지위인정에 있어서 우리나라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재판부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등을 깨닫고 가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 단계에서의 난민인정율을 높이기 위해 시민인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아주시기도 하셨답니다.


참가자들 중 퀴즈를 맞추신 분들에게 추첨을 통해 영화상품권 또는 공감의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를 선물로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난민은 OO이다.’라고 적힌 종이에 빈칸을 채워놓은 뒤 포토타임을 갖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


'난민은 바로 곁의 존재이다'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공감 자원활동가


다른 부스들에서도 재밌고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MAP의 경우에는 난민에 관련된 십자퍼즐을 준비하여 맞추신 분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사다리타기를 통해 시민 분과 유사한 난민 신청자의 케이스를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에서의 난민 인정이 얼마나 어렵고,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유익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프로그램을 준비해왔습니다. 피난처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망명중인 난민 분들을 모셔 이분들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알려주는 코너를 준비하였습니다. 한 라이베리아 난민 분은 전문적인 헤어디자이너로, 라이베리아식 머리땋기를 해주고 계셨는데요. 그 방법이 무척 독특하기도 하고, 머리를 땋고 돌아다니시는 피난처 분들이 너무 매력있어서 저희 공감 자원활동가들도 하나둘씩 머리를 땋았답니다. :) 난민분들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라이베리아식 머리땋기를 한 공감 자원활동가들



난민영화제에서는 다양한 영화 및 다큐들 – 다큐 <말해줘, 무싸>. 다큐 ‘대답해줘’, 다큐 ‘끝나지 않은 희망’, 영화 <디판> 등 – 이 상영되었습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난민지원단체 활동가, 감독 및 난민과의 대화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자원활동가들은 마지막 상영작인 영화 ‘디판’을 보았습니다. 영화 ‘디판’은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으로,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을 신청한 주인공 ‘디판’이 시민권을 얻기 위해 난민캠프에서 처음 만난 생면부지의 야리니와 일라얄과 함께 가족 행세를 하는 플롯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철저한 이해관계로 묶였을 뿐인 세 사람이 어떻게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냉혹하게 보여줍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은 난민이었기에 느끼는 일상 속 공포를 재현해낸 장면들이었습니다. 평생을 안전한 곳을 찾아 도망다녔는데 마침내 정착한 곳이 대낮에도 갱들의 총격전이 오가는 곳임을 깨달았을 때 야리니의 공포.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그만하고 싶어 망명을 왔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살육에 나선 디판에게 닥친 트라우마. 난민들이 아니라면 느끼지 못할 공포, 경험하지 못할 트라우마의 재현을 무척이나 훌륭하게 해낸 장면들이었습니다. 이 장면들 및 영화 전반에 걸친 배우들의 열연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난민이었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배우들이었음을 알게되고 놀랐습니다.


개막식, 영화 상영, 활동가와의 대화, 다양한 부스 활동, 폐막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숨가쁘게 지나갔던 하루였습니다. 


영화제를 준비하던 기간과 부스를 진행하던 초반부까지 주변 사람들 및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왜 다른 사회적 약자가 아닌 난민을 도우려 하시나요?”였습니다. (이는 난민지원 활동가분들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라고 합니다.) 난민들도 다른 사회적 약자들처럼 연대와 지원이 필요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낯선 이’로 보는 인식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들은 여전히 마땅히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 아닌 생소한 이방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제 상영 다큐/영화를 보고난 뒤에 부스에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달랐습니다.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아닌 “이렇게 우리나라 난민들의 사정이 열악한지 몰랐어요. 저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들이 늘어났습니다. 


영화 한편으로도 시민들의 인식이 이렇게나 달라지는 것을 보며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힘, 영화제라는 행사가 갖는 의의, 무엇보다도 ‘공감’이라는 행위가 우리 모두에게 갖는 의미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왜 굳이 외국의 난민들을 도우려 하나요?’ 라는 질문보다 ‘난민들의 처우 개선을 위하여 저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라는 질문이 더 많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제의 운동이 아닌 연대의 운동이 우리에게 스며들 때 훨씬 더 살아가기 행복한 사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


글_곽경민(공감 23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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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민보호에 대한 개관 – 한국의 경우>, 김성인 국장 (난민인권센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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