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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apo Haapanen



그는 밝게 자란 막내아들이었습니다. 사고 한번 친 적 없이 착실하게 성장하였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마쳤습니다.


종교적 신념이 유달리 강했던 부모는 아들을 목사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강권에 신학대학원에 등록까지는 했지만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실 음악이 하고 싶었던 그였습니다. 오디션에 참가하기도 하고 종교가 없는 연인과 교제도 했습니다. 그렇게 뜻을 거스르는 아들과 부모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고 험한 말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점점 우울해졌고 대화를 거부하기 시작했으며 방에 박혀 있는 시간이 늘어갔습니다.


걱정도 하고 충고도 했지만 막내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갈등은 더 큰 갈등을 낳았고 아들의 침잠은 깊어졌으며 때때로 거친 반항을 분출하기도 했습니다. 고민이 깊던 부모에게 누군가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들은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야 목사를 할 수 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아들을 호되게 꾸짖고 싶었던 부모는 입원치료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믿어버렸습니다. 고민 끝에 부모는 막내아들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기로 결심합니다.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라 하여 가족 2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본인의 의지에 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물론 가족 2인이 동의한다고 무조건 입원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이 환자는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높아 강제치료가 필요하므로 통원치료가 아닌 입원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려야 합니다. 강제입원이 남용되어서는 안 되기에, 법은 정신과 전문의로 하여금 인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도록 한 셈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입법자의 뜻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병원으로서는 환자를 장기 입원시켜 보험수가를 지급받는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강제입원 남용의 유인이 존재합니다. 가족 내 폭행이 있는 등 갈등이 심한 경우에도, 내 가족을 경찰에 넘기긴 어렵지만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쉽습니다. ‘당신을 치료하는 것’이라는 합리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환자들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1997년 2만 6천여 명이던 정신병원 입원환자는 2010년 4배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정부가 부담한 입원비도 7배인 7천8백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2010년 정신병원 입원환자 9만2천여 명 가운데 강제입원 비율은 80%에 달합니다. 반면 일본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율을 30%대로 낮췄고 미국도 20%에 머물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의 강제입원율은 10%대에 불과합니다.






단잠을 자던 아들의 집에 사설 응급환자이송업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깜짝 놀라 저항했지만 그들은 아들을 쉽게 제압하였습니다. 그들은 아들의 양팔을 등 뒤로 꺾어 밧줄로 묶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묻는 아들을 구급차에 밀어 넣으며 이송업자는 “병원에 가면 전문의가 정확한 진단을 해 줄 터이니 안심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전문의는 이미 퇴근한 후였습니다. 아들은 수차례 침대에 묶여 주사와 투약을 당하고 폐쇄병동에 갇혀 지낸지 3일이 지나서야 전문의를 처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퇴원을 거듭 간청했지만 전문의는 아들의 이야기를 전혀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등 소지품을 모두 뺏긴 채 폐쇄병동에 갇힌 아들은 강제 투약을 당하고 툭하면 격리실에 갇히거나 침대에 묶이기를 반복하며 60일간 감금된 후에야 겨우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막내가 겪었던 이 모든 일들은, 현행 정신보건법을 위반한 불법 감금입니다. 법원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이 가능하려면 어떤 절차보다 먼저 전문의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고 판결해왔습니다. 즉 전문의의 진단이 없는 이상, 강제입원을 기도한 부모부터 응급환자 이송업자들의 불법체포와 이송, 정신병원 입원까지의 모든 과정이 감금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보호의무자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려고 계획하는 가족들. 이송 한 건당 수수료만 생각할 뿐 자신들의 업무가 지닌 인권 침해적 성격이나 자신들이 지켜야 할 법적 의무는 모른 체하는 이송업자들.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부여한 인권의 최후보루, 입원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하는 중대한 소임을 부정하고 수익에 눈이 멀어 대면진료조차 하지 않고서 입원결정을 하는 의사들. 이들이 합심함으로써 오늘도 누군가의 가족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폐쇄병동에 갇히고 있습니다. 법의 규정을 위반하는 이들이 바로 가족을 감금하는 사람들입니다.



공감은 이 같은 반인권적 감금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해자 집단에 대한 피해자의 고소 과정을 지원하고 법적 구제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행 정신보건법의 규정이라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가족을 감금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알려야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현행 정신보건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은 강제입원을 지나치게 간단하고 신속히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며 강제입원이 남용될 위험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4월 14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을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의 위헌여부에 관한 공개변론이 열립니다. 강제입원제도의 남용 현실과 인권 침해적 성격에 대해 고민해보고 보다 인권적인 대안을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글 _ 김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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