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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공익소송보고회 ·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 발표회’에 다녀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주관으로 열린 공익소송보고회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주관 기관의 공익소송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발표와 발제자 외 4인의 장애인 차별구제 관련 공익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들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사전행사로 열린 ‘2015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발표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선고된 장애인권 관련 판결 중 장애인권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디딤돌 판결 10건, 부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는 걸림돌 판결 8건에 대하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이정민 변호사의 사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의 발표로 진행되었다.

 

 

1. 먼저 생각해볼 점, 장애인의 권리 얼마나 실현되고 있나

- 장애인분야 공익소송의 필요성 

 

흔히 사람들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런데 “착한 사람뿐 아닌 공적 활동이 없는 사람도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불린다. 장애인의 권리는 그동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익소송보고회가 장애인도 ‘사람’으로서 ‘권리’를 가진 주체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박김영희 위원의 개회사에서처럼 장애인은 그동안 다른 의미로 ‘법 없이 사는 사람’으로 존재해왔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법치주의 국가에서의 모든 국민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현시대에서조차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동등한 권리 주체로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힘겨웠고, 또 그 후에도 실질적으로 권리를 향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과정에 놓여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2008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 관련 진정 건수가 급증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수면위로 올라오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이 법 제정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게 되고, 당사자들도 비로소 권리를 활발히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장차법 시행 전에도 인권위에 진정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렇듯 장애인들의 권리 주장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 한계점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권리구제절차는 인권위의 시정권고, 법무부 장관의 시정명령, 법원의 구제명령제도가 있는데, 이 중 인권위의 시정조치는 강제력이 없고 권고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차별시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차별 진정 건수 대비 시정권고 수도 매우 적은 편이다. 또, 법무부 장관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피해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기에 실제로 법무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는 이제까지 단 몇 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법원에 소 제기를 할 경우에는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차별행위에 대하여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별행위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을 판결할 수 있는 등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원의 결정은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크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인권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분야에서의 공익소송이 활발히 제기되고, 장애인 권리에 도움이 될 디딤돌 판결들이 쌓이게 된다면 장애인 차별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 그렇다면, 장애인분야 공익소송의 유형과 현황은 어떠할까?

- 장애인분야 공익소송의 현황

 

공익소송은 다중의 확산이익이 있는 소송으로서, 소송을 통하여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보호, 시민권의 신장, 국가권력으로부터 침해된 시민의 권리구제 등을 통해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잘못된 법을 개정하며,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여 민주사회 발전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사건의 소송을 의미한다. 공익소송의 유형으로는 개별적인 상담 등을 통해 제기되는 일반적인 차별구제 소송과 이미 문제점이 공론화되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원고를 모집하여 선제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기획소송이 있다. 즉, 공익소송은 단지 권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권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역할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공익소송은 소송의 결과를 의사소통의 매개로 사용하여 사회에 담론을 이끌어내고,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분야에서의 공익소송은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인 차별구제절차 중에서 가장 확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는 권고수준에 그치지만 우리나라 헌법에 따라 법률 해석에 관한 최종 권한을 가진 사법기관이 내리는 판결은 강제력이 있으며 사회에 전달되는 무게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에 제기되는 진정이 증가하는 만큼 소송도 활발히 이루어져 판결이 많이 쌓여야 한다. 그러나 장차법 시행 이후 인권위 진정은 65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증가한 반면,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30여 건 이내로 아직도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물론 법원이 많은 장애인 사건들을 화해나 조정으로 유도하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으나 이는 소송비용 문제와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않는 이상 소송이 어렵다는 점 등의 장애인 사법 접근성 문제가 주원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의 구제조치명령도 장차법 시행 후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단 3건에 불과했다. 소송 제기가 적었던 탓도 있겠지만 소송 건수와 대비하여도 적은 비율인 것은 사실이다. 이를 통해 법원의 장애 차별 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몇 가지 걸림돌들이 장애인분야 공익소송에서의 현안으로 지적되었다.

 

 

3. 장애인분야 공익소송 걸림돌과 향후 과제

- 장애인 차별 문제,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공익소송보고회에서 장애인분야 공익소송의 쟁점으로 장차법 법리 개발의 필요성, 공익소송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 언급되었다. 이러한 쟁정들은 장애인권분야 공익소송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 몇 가지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본다면 점차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장차법 개정, 법리개발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법무법인 JP의 김용혁 변호사가 보고회에서 언급했듯이 법원의 소송 등 구제 절차들이 진행될수록 현실에서 법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해석례들이 쌓이게 되고, 그에 따라 현실의 변화들이 발생하게 되므로 장차 소송이 활발히 진행되어 법원의 해석례가 많이 쌓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또 다른 쟁점이었던 소송의 활성화 방안 마련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사법 접근성 강화, 공익변호사 활성화, 소송비용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법원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건들은 상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송비용문제는 공익변호사 활성화 문제, 장애인의 사법 접근성 강화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패소 시 소송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는 문제는 공익변호사와 장애인의 소송제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법원에 대한 권고내용대로 소송비용을 면제 또는 경감하거나 다른 장치들을 마련하여 해결한다면 공익변호사 활성화와 장애인 사법 접근성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혹은 종합토론에서 언급된 것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법원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과 법원의 소극적 태도도 공익소송 활성화에 걸림돌 중 하나이기에 법원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법원에 대한 권고내용대로 법원이 판사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적 이행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법원에 부여된 구제조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면 차별시정조치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선례가 많이 쌓인다면 차별시정에 대한 신뢰로 소송에의 유인이 생겨 소송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공익변호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사법절차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및 지원, 사법지원 가이드라인의 법규화 등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따른다면 장애인의 사법 접근성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4.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마지막 토론에서 김재왕 변호사가 “소송 또한 전체 운동에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며 소송은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서 효과적인 수단인 동시에 패소 시 상대방에게 정당성을 줄 수도 있으며, 사회적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수단이기도 하다”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공익소송도 사회운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고, ‘공익’이라는 개념은 모호할 수 있기에 사회적인 공감을 얻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익소송과정은 우리 사회가 보다 정의로워지기를, 모든 구성원이 함께 동등하게 살아가기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자 사회와의 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특히 지나쳐버리기 쉬운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공익소송이 더 활성화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공익소송들이 활발히 전개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 사회의 관심이 없다면 차별적인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변화의 불씨들은 점차 사그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소송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설득력이 있는 판례들이 많이 쌓이는 것도 필요하다. 결국 상호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공익소송과 사회적 관심은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공익소송은 사회에의 설득 과정이며, 사람들의 공감 과정이며, 변화의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의 벽에 맞서 계속 싸우고, 설득하고, 알리는 것, 그리고 공감해주기를, 그리고 공감할 수 있기를 고민하는 것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 단지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권분야 공익소송문제를 고민하는 관계자들만이 소송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만일 지금 현실이 그러하다고 해도 그것이 계속된다면 너무 외로운 싸움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같은 온도에도 추위에 더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천편일률적인 온도에 맞춰 생활하게 하는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힘든 점들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는 고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렇게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길은 생겨있지 않을까? 앞으로 장애인권분야의 공익소송이 활성화되기를 계속해서 지켜보는 공감의 눈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글_정경민(공감 22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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