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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석회암 동굴과 빼어난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1957년 건립된 전국 최대 규모의 공장인 동양시멘트가 연간 1,10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는 역동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묵묵히 시멘트를 생산해 온 노동자들 101명이 지난 2월 집단해고를 당했다.

 

  시멘트 제조업은 광구에서 화약을 터뜨려 국가 재산인 원석을 채굴한 후 분쇄 및 가열작업을 거치는 매우 위험한 산업이다. 광산에 대한 국가의 인허가를 거쳐 광업권 및 조광권을 획득한 사업자로서는 마땅히 소속 근로자의 안전과 근로관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동양시멘트는 노동관계법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노골적으로 회피해왔다. 동양시멘트는 두 개의 하청업체와 형식적인 도급계약을 맺은 후, 채굴과 제조현장의 근로자들을 하청업체 소속으로 관리하였다. 하청업체의 대표이사와 연봉은 모두 동양시멘트가 결정했고 소속 근로자의 인원수와 채용 및 임금 역시 동양시멘트가 결정했으며 하청업체에는 사업수행에 필요한 설비나 기자재조차 없었다. 동양시멘트는 20년 이상 위장도급을 해왔던 것이다.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원청 근로자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유령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했던 근로자들.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노동조합으로 뭉친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에 동양시멘트의 위장도급을 고발하는 것으로 쌓인 울분을 표현했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끈질기게 압박했다. 8개월의 조사를 거친 후 고용노동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두 하청업체는 모두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없으며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다. 근로자들은 동양시멘트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다.” 노조의 승리였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란 해당 노동자들과 원청 사이에 직접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으나 실질적으로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조사결과가 나왔다면 원청은 즉시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돌리고 그동안의 미지급 임금 등 차별대우를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원청의 대응은 실로 상식 밖이었다. 동양시멘트는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자신들의 불법고용행위가 밝혀지자 복수에 나섰다. 자신이 만든 유령 하청업체와 맺었던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였고, 별도의 업체와 도급계약을 다시 맺은 후 노조를 탈퇴한 근로자들만을 하청업체 소속으로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당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치졸한 복수다.

 

▲ 동양시멘트의 부당해고에 맞서 복직투쟁중인 노동조합원들

  기껏 위장도급을 밝혀내었던 고용노동부는 스스로 인정한 불법을 시정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고용노동부는 노동행정권한과 감독권, 그리고 사법경찰권까지 쥐고 있으나 그저 근로계약관계에 대한 민사재판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의 불법을 시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할 노동부가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모른 체하며 복지부동한다면, 노동자들은 갈 곳이 없다. 갈 곳 없는 조합원들은 생계가 막힌 채 오늘로 7개월째 천막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7월, 공감은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 소속으로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들과 함께 동양시멘트 진상조사단을 꾸려 삼척에 다녀왔다. 진상조사단은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노동부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미 위장도급임이 밝혀진 이상, 원청인 동양시멘트는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중간착취의 공동정범 내지 교사범에 해당한다. 노동부가 원청에 대한 형사처벌에 나선다면 조합원들의 어려움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현재 노동부의 태도는 직무유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20년 이상 위장도급을 방치했던 노동부다. 더 늦기 전에 고용노동부는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정당한 조합 활동에 악의적 해고로 대응하는 사용자를 묵과하지 말라. 삼척 시멘트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라. 다시 한 번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촉구한다.

 

글_김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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