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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6 26, 대법원 판결로 미국의 모든 주에서 동성혼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미국은 올해 동성혼을 인정한 멕시코, 아일랜드에 이어 동성혼의 권리를 인정하는 20번째 국가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기뻐하며 축하했고 인터넷과 SNS 또한 무지개로 가득했다. 6 28, 한국에서는 호모포비아 세력의 방해로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퀴어문화축제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 두 가지 일을 듣고 겪으며 국내외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의식과 현실의 긍정적인 변화가 피부로 느껴져 신나고 들떴다. 하지만 같은 순간 터키의 퀴어 퍼레이드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중동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로 알려진 이스탄불 자긍심 행진은 지난 10년 넘게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6 28, 터키 이스탄불 주정부는 이스탄불 자긍심 행진을 몇 시간 앞두고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금지했다. 터키 정부는 자긍심 행진을 라마단 기간이라는 이유로 불허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자긍심 행진이 라마단 기간에 열린 적이 있었으며 이런 행진 금지는 성소수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약한 것이다. 이날 자긍심 행진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터키 경찰은 물대포, 고무총탄, 최루탄을 쏘았다. 이런 폭력적인 강제 해산으로 여러 사람이 부상 당했다.

 

 이런 터키 정부의 성소수자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공감을 비롯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국제민주연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7 2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주한 터키 대사관 앞에서 '이스탄불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 폭력 진압 규탄 한국 성소수자/시민사회단체 국제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터키 정부의 성소수자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터키의 LGBTI에 대한 연대의 뜻을 표했다. 또한 전쟁없는세상의 박승호 활동가는 한국 정부가 국내외의 비난과 반대에도 터키에 최루탄을 수출한 사실을 비판했다. 경찰폭력으로 악명 높은 터키에서는 지난 2013년 반정부 시위 당시 9명의 시위대가 사망하기도 했다. 박승호 활동가는 인권침해와 살상에 사용될 수 있는 최루탄을 비롯한 무기 수출 중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성소수자 탄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끝났다.

 

 

불과 며칠 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공감 부스를 열고 행진에 참가하며 성소수자 인권이 점점 더 존중받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신이 났었다. 미국에서의 동성혼 판결과 더불어 세상이 무지갯빛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하여 터키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며 성소수자 인권이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했다. 그런 생각에 풀이 죽었다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성소수자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모여서 연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공감에서는 이번 기자회견 외에도 해외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성소수자 난민 일도 있다. 세상의 많은 곳에서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돼 살아간다. 북부 아프리카 또한 그렇다. 북부 아프리카는 대부분이 무슬림이고, 무슬림 율법인 샤리아법상 동성애는 죄악으로 간주되며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게다가 북부 아프리카의 나라들에서 동성애는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벌금, 징역형이 가능하고 사형까지 가능한 나라도 있다. 그렇기에 북부 아프리카의 성소수자들은 사회적 차별을 겪을 뿐만 아니라 폭력을 당해도 공권력에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 오히려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북부 아프리카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이처럼 열악한 상황이다.

 

올해 공감에서 소송을 대리한 난민도 북부 아프리카에서 온 성소수자다. 난민 A씨는 본국에서 친구, 가족, 경찰, 종교인 등에게 폭행과 폭언, 성폭행 등의 박해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경찰은 물론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게다가 고향에 A씨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졌고 가족들과 출신국 대사관도 그 사실을 알게 되어 A씨는 더 이상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A씨는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난민불인정결정을 받았다. 법무부에 이의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대해 공감에서 소송을 대리하여 난민불인정결정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해당 소송을 승소하여 A씨에 대한 난민불인정결정이 취소돼 A씨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A씨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했던 본국으로 송환될 걱정 없이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됐다.

 

세계의 한쪽에서는 동성혼이 인정받고 있다.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퀴어 퍼레이드를 경찰이 무력으로 해산하고 성소수자들이 박해를 피해 망명한다. 동성혼이 인정된 나라들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성소수자 인권이 완전히 존중받고 모두가 차별과 낙인, 폭력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과연 올지 회의하는 날들이 있었다. 세상의 많은 곳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탄압받고 있고 공고한 호모포비아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공감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제, 세미나, 축제, 소송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성소수자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 또한 회의를 접고 희망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 이어질 성소수자 인권의 길에서 슬픈 일, 지치는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결국 세상은 변하리라 믿는다. 이미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_ 김효국 (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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