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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은 성소수자 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자유롭게 조언해 주세요.” 6월 월례포럼 준비를 위해 공감을 거쳐간 자원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문조사에 포함된 문항이다. 이 문항에 많은 응답자가 공감은 지금도 충분히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간이라고 답했다. 동일한 문항에한 응답자는 답했다. “만약 공감에서 내가 동성애자임을 편하게 커밍아웃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었고 나를 있는그대로 받아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보였다면 일하면서 마음이 조금 더 편했을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은 이미 충분히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데 반해, 누군가에게 공감은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엔 조금은 불편한 공간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런 차이는 공감에서 이성애주의적 상황으로 불편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불편한 적이 없었다고 대답한 반면, 불편한 적이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저마다 공감에서 부딪힌 불편한 상황들을 쏟아냈다. 한 사람은 여자친구 / 남자친구가 있는지 답변할 것을 요구받고, 없다면 이상형이 어떤 여자 / 남자인지 묻는 상황에 불편해했고, 누군가는 동성끼리 쓰는 커플일기에 대해, 남자끼리 카페에 가는 것에 대해 그런 걸 동성끼리 해서 뭐하느냐, 그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느냐는 말에 상처 받았다. 또 다른 누군가는 청일점이라 좋겠다는 말에 어리둥절해했다. 그 답변들 속에서의 공감은 성소수자에게 충분히 친화적인 곳과는 거리가 있었다.

 

 

성소수자를 위하는 공감,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공감

 

  물론 공감은 성소수자에게 소중한 공간이다. 퀴어문화축제행진을 불허한 경찰의 결정에 소송을 제기해서 행진을 가능하게 하고,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해 소송을 준비하는 공감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와도 같다. 하지만 공감의 일상에서 성소수자는 존재가 지워진 채, 은근히 밀려나고 있다. 이성애자임을 전제하는 질문과 일상 대화 속에서 성소수자는 침묵을,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연기할 것을 요구받는다. 공감은 외부의 혐오에 맞서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공감 내부의 성소수자에게는 등을 지고 있는지 모른다.

 

  공감이 가진 이성애주의적 모습의 문제점과 공감이 성소수자를 ‘인권운동’의 측면에서 바라볼 뿐, 일상을 공유하는상대로 바라보는 것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2012년 5월에 진행된 ‘퀴어의 눈으로 본 공감’ 세미나에서도 이야기된 바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의 공감은 그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6월 월례포럼은 공감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공감 GSA, 모두와 성소수자를 이어주는 다리

 

  GSA(Gay Straight Alliance)는 우리의 고민에서 나온 해결법 중 하나였다. GSA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안전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성소수자와 시스젠더 이성애자가 함께하는 공동체 기반 조직으로 포럼 1부에서는 공감에서 만들어갈 GSA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소수자 관련 교육 단체인 GLENS에 의한 조사에 따르면 GSA가 있는 학교는 그렇지 않은 학교보다 성소수자 학생이 매일 혐오 발언을 듣는 경우가 20퍼센트 더 낮으며, 성소수자 학생들이 학교를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10퍼센트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GSA 운영에 따라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실제로 시스젠더 이성애자로 구성된 경희대 성소수자 인권 공부 모임 ‘시나브로’에서 활동한 분은 활동보고서에서 “단지 머리로만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내 삶과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이번 활동을 하면서 얻은 값진 깨달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성소수자 인권을 지식의 차원에서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차원에서 일상 생활에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공감 GSA가 변화시킬 공감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보게 되었다.

 

  공감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담당하고 있는 장서연 변호사는 공감 자원활동가들 중 자원활동 마지막 날이나 자원활동이 모두 끝난 후에 커밍아웃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공감을 성소수자가 좀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공감안에 GSA를 만드는 것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공감을 거쳐갔던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연결해주고, 성소수자가 아닌 활동가들도 성소수자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함께할 때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히지 못한 활동가들도 부담없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공감 GSA에 대한 장서연 변호사의 소망에 포럼에 참가한 사람들도 자신이 GSA에 참가했던 경험과 바라는 점을 공유했다. GSA 모임에서 커밍아웃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고,성소수자는 자신의 커밍아웃 이야기를 공유하고,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커밍아웃했던 순간을 나누는 시간이 있어 좋았다는 이야기, 아웃팅의 개념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을 나누며 공감 GSA의 내일을 그려나갔다.

 

 

 

 

 

성소수자와 함께하기 위해 모두가 건너야할 질문들

 

  2부에서는 공감GSA의 첫번째 활동으로 성소수자 친화적 공동체 만들기 매뉴얼 제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이어나갔다. 성소수자 친화적 공동체 만들기 매뉴얼이란 공동체를 보다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모두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이나 공동체 차원에서 해야 할 일, 마련해야 할 제도를 정리한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지만 학교나 직장에서는 제대로 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가 만들 매뉴얼이 직장,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신이 속한 공간을 성소수자 친화적 공동체로 만들기위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하며 매뉴얼에 담겨야할 내용들을 그룹 별로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뉴얼의 내용을 위한 토론은 혐오발언이나 차별적 행동, 이성애주의적 표현 등 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기에공동체 안에서 하지 말아야할 행동과 관련된 소극적 금지의 영역, 금지를 넘어 성소수자 친화적인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 친화 활동의 영역, 공동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인 제도적 측면,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되었고, 구체적인 토론을 위해 성소수자 혐오 발언 및 폭력, 이성애주의, 커밍아웃 및 아웃팅, 공동체의 역할 네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그룹 토론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이성으로 안보여’와 같이 이성애를 연애 감정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사용한 표현을 자제하자는 의견부터 무지개 깃발이나 스티커 등 성소수자 친화적 표식으로 자신이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나타내자, 성소수자에 대한 성희롱, 성적 괴롭힘에 대한 문제제기 과정과 해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동성간의 파트너에게도 이성간의 관계에 부여하는 것과 동등한 혜택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공동체를 성소수자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오고 갔다.

 

 

 

 

 

감 Bridge, 모두가 소수자를 나는 날 

 

 

  포럼 후 공감에서는 GSA를 만들고, 이름 공모를 통해 공감 Bridge라는 이름을 붙였다. 월례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성소수자 친화적 공동체 만들기 매뉴얼을 제작해서 6월 28일 퀴어문화축제 공감 부스에서 배포하고, ‘모두가 성소수자를 만나는 그날 까지’라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함께 행진했다. 하지만 포럼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드디어 성소수자가 공감의 생활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성적지향을 자신이 했던 활동으로, 자신의 소속으로 은근히 나타내던 자원활동가들이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고, 한 번도 자신의 성적지향을 드러내지 않았던 활동가들이 자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퀴어퍼레이드 행진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 소송과 성소수자 알제리 난민 소송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장서연 변호사 팀에서는 ‘나도 이제 여자랑 말고 남자랑 소개팅 해보고 싶다’, ’도대체 공감에 게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절규와 ‘주위에 아는 레즈비언 없냐’는 한맺힌 물음이 오가기 시작했다.

 

  물론 앞의 사건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법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켜내는 것은 공감의 존재 의의이자 목표다. 하지만 이제 동시에 우리는 공감에서의 일상 속에서 성소수자로써의 내 삶을 이야기하고, 성소수자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하게 되었다. 드디어 공감 안에도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그 공간 속에서 이성애자는 동성애자를,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를, 성소수자는 다른 성소수자를, 혹은 아직 몰랐던 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공감 Bridge은 그 공간을 점점 넓혀갈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도 여러분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무지개 다리를 만들어 보길 권한다. 여러분이 이성애자라도 상관없다. “내가 LGBT 운동에 참여하는 명쾌한 이유는 내가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Salford 대학 부총장 Martin Hall의 말이다. 여러분이 먼저 다리를 만들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함께 하고 있는 성소수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만나지 못해도 좋다. 언젠가 그 다리는 여러분의 옆집에 사는 게이 커플, 여러분 친구의 레즈비언 언니와 여러분을 이어줄 것이다. 모두가 성소수자를 만나는 그날 까지, 우리 모두 무지개 다리를 놓자!

 

 

글_이무열(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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