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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4일 서울시 NPO 지원센터에서 열린 공익변호사 라운드테이블은 어떤 의미에서든 ‘공익변호사’로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변호사들이 공익법 운동의 의미 및 공익변호사라는 정체성,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공유하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김도희 변호사(서울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송상교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여연심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 이종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법), 탁선호 변호사(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가 패널로 참여하였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가 사회를 맡았다.

 

  사회를 맡은 김수영 변호사는 몇 가지의 큰 질문들을 던지면서 논의를 시작했다. 김도희 변호사가 말했듯이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를 법을 통해 찾아 주는 사회운동’이 공익법 운동이라면 왜 공익검사, 공익판사는 존재하지 않는가? 검사와 판사는 (공정해야 하는) 국가의 힘을 대변함으로써 자동적으로 공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그들이 대변하는 공익과 공익변호사가 성취하고자 하는 공익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국가권력과 공익변호사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며, 이 긴장으로부터 공익법 ‘운동’의 필요성이 도출된다. 그렇다면 공익법 ‘운동’의 주체는 누구이고, 목표는 무엇이며, 전략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이 다시 제기된다. 다시 말해, 법이라는 국가권력의 도구를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비록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정답’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참가한 변호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법정 안팎을 넘나드는 공익변호사

  공감, 희망법, 금속노조 법률원, 민변 등 다양한 단체에서 일하는 공익변호사들의 일상 업무는 송무에서부터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여 사업을 하는 일, 이른바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가는 일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집회에서 기소된 변호사들을 변호하고, 에버랜드의 놀이기구 탑승 기준이 장애차별적임을 입증하고, 경비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알려주며 입주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등 업무에 대한 변호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중들은 공익인권변호사 진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특히 이 날은 민변 변호사들의 노력이 중요한 결실을 맺은, 뜻 깊은 날이었다. 14일 대법원이 1991년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강기훈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강기훈 씨가 24년 만에 ‘유서대필자’라는 누명을 벗고 진실이 뒤늦게나마 승리한 날, 라운드테이블 참가자들은 민변에 박수를 보내며 공익변호사가 사회 진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였다.

 

 

半의 정체성, 전업의 지속가능성

 

  라운드테이블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것은 무엇보다도 공익변호사의 정체성 및 활동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였다. 일반적인 로펌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민변에서도 활동하는 ‘半’ 공익변호사인 송상교 변호사는 공익 관련 변호가 충분한 소득을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남에게 자랑할 수 없는 사건’도 맡게 되고, 바쁜 일정 가운데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사건’은 어느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스스로의 현실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과거 전업으로 일한 경험도 있는 여연심 변호사 역시,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지의 한계선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半 공익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일단 로펌에 소속된 이상 ‘부끄러운 사건’을 아예 맡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서부터는 거부할 것인지의 한계선인데,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논거를 구성해야 할 때마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주장해야 할 때마다 半 공익변호사는 끊임없이 선택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런 고민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전업 공익변호사의 고민은 무엇일까? 사회를 맡은 김수영 변호사는 ‘지속가능성’을 물었다. 이른바 ‘소외된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부터 충분한 소득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데, 전업 공익변호사로서 살아가는 삶이 과연 지속가능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공익변호사로서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청중들에게도 이 질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전업 공익변호사 당사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사뭇 다른 지평에서 사고하고 있었다. 본인이 속한 단체의 지속가능성은 문제가 되겠지만, 단체가 지속하는 한 이 단체의 활동가인 자신의 활동은 지속가능한 것이라는 희망법 이종희 변호사의 말은 이를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금속노조 법률원의 탁선호 변호사는 비록 공익변호사 개인이 많은 것을 축적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법률원이 10년 동안 축적해 온 ‘역사’가 존재하며, 자신이 하는 활동을 비롯한 이 역사는 노동운동의 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노동운동에서 결코 배제할 수는 없는 소송 전술이, 통상적인 소송에서처럼 개별적 이익의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전술이 되도록 돕는 일이 법률원과 같은 조직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이러한 인식은, 공익변호사는 자기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큰 운동의 구성원으로서, 주체로서 행동하는 것이기도 함을 시사한다. 그 운동은 개인들의 역사와 구별되는 나름의 역사를 축적해 왔고 그것이 이들의 개별적인 결의와 헌신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운동’을 말하지 않고는 ‘공익법 운동’을 말할 수 없고, ‘공익법 운동’을 말하지 않고는 개별 공익변호사들의 삶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공익법 ‘운동’을 고민하다

 

  그렇다면 라운드테이블을 시작하며 제기되었던 큰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고민하는 것이 남겨진 과제가 된다. 사실 패널로 참여한 공익변호사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구성해 나가고 있으며, 공감과 같은 공익변호사 단체들은 공익법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예비 법조인, 신입 법조인들을 위해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단체들이 이렇게 모이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답의 중요한 실마리라고 할 수도 있다. 변호사의 의무 공익활동 규정의 실효성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법조계 전반의 고민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비단 법조인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빼앗긴 이들의 기본적 권리를 옹호하는 법조인보다 기업이 그들로부터 더 빼앗을 권리를 옹호하는 법조인이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받는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함께 고민할 수 있고 고민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노동자, 성 소수자, 성폭력 피해자 등 공익변호사의 의뢰인들이 ‘소외된 사람들’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가는 운동의 주체로 일어설 방법을 모색하는 것 역시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몫일 것이다.

 

 

글_김민재 (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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