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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7일 저녁 5시에 열린 혐오표현 관련 간담회는 공감, 민변, 수유너머,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천주교 인권위 등의 단위들과 개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각자가 혐오표현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고민들을 공유하는 난상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혐오표현 규제 법제화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보다는, 일베 등에 의한 혐오의 표출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횡행하는 동시에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는 공권력에 의해 더욱 위축되는 딜레마 하에서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프레임으로 사유해야 하는지가 주요한 쟁점이었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든 ‘종북몰이’로 대표되는 혐오표현이든 그 근본적인 원인을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진단에는 참가자들 대부분이 동의하였다. 만약 혐오표현의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몫을 빼앗긴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것을 빼앗아가는 것은 성 소수자나 ‘종북’이나 세월호 가족들이 아니라, 정정훈 활동가가 말한 “불안의 원인에 대한 상상적 전치”이든 손희정 교수가 말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이든 어떤 사회구조적인 힘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구조적 원인을 찾아내고 여기에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대신 이들은 성 소수자, ‘종북’, 세월호 가족들처럼 현재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들을 손쉽게 희생양으로 삼아서 혐오를 표출한다.

 

  하지만 혐오표현의 가해자들의 사회적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참가자들이 각자 조금씩 결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다. 큰 틀에서 이들을 실제로 자신의 몫을 빼앗기고 있거나 빼앗길 위험이 있는 집단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과거 KKK단에 가담하는 백인들처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 확장하기 위해 사회적 소수자를 공격하는 정치적 강자로 볼 것인지가 논의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현재 중산층 이상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손희정 교수는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자신의 몫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역차별 담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여성혐오를 표출하는 남성들의 경우, 그들이 실제로 자신들의 몫을 빼앗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와 함께 다수 여성들은 가장 먼저 해고되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등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을 겪었으나, 극소수의 성공한 여성만 주류 사회에 의해 가시화되었기에 이 남성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몫을 빼앗아간다는 잘못된 인식 하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혐오표현 가해자들의 동기와 그들의 사회적 성격 규정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프레임과 혐오표현에 대한 반대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이는 혐오표현 규제 법안에 대한 찬반논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쟁점이지만, 한국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은 다른 사회에서와 달리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상의 자유시장’론이 혐오표현 규제를 반대하는 데 활용되는 미국 같은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 옹호론자 vs 혐오표현 규제론자 사이의 대립이 명확히 형성되는 반면,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운동 진영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반대를 동시에 외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랑희 활동가가 고민을 토로했듯이, 오늘날 새롭게 대두되는 혐오는 기존에 이야기되어 온 차별받는 집단, 소수자에만 한정된다기보다는 체제 비판 세력(‘종북’몰이 및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공격) 일반에 대한 정치적인 공격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정정훈 활동가가 말한 “보수세력의 영구집권 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의 평등권, 차별 시정 프레임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래된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랑희 활동가는 ‘표현의 자유’라는 프레임 자체가 ‘저항세력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표현할 자유’ ‘차별 선동을 표현할 자유’에 대해 ‘이 표현은 (표현의 자유의) 예외이다’ 밖에 이야기하지 못하게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는 난점을 토로했다. 그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정하고 예외로 치부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반면 정정훈 활동가는 이에 대해, 오히려 “너희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배제하는 프레임을 구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어떤 프레임 하에서 혐오표현에 맞서야 하는지의 문제는 곧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는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의 쟁점으로 이어졌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규제를 할 경우 구성요건을 명확히 해야 하고,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에 동의했다.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혐오‘표현’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프레임 하에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으므로 차별의 선동 행위라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 약자를 침묵시키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구성요건에서 권력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염형국 변호사는 ‘울타리의 역설’을 인용하며 표현의 자유라는 프레임으로 보더라도 오히려 울타리를 두르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오히려 증진시킬 수 있음을 밝혔다. 랑희 활동가와 정정훈 활동가가 지적했듯이 ‘혐오를 표현할 자유’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려운 것이 표현의 자유 프레임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제한하고 울타리를 두르는 것은 표현의 자유 프레임으로 가능한 것이다.

 

  그 외에 모욕죄 비범죄화와 혐오표현 규제 법제화의 관계, 오늘날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소송이라는 수단이 활용되는 양상 등 다양한 법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혐오표현 관련 공동 연구 및 대응을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의 사전간담회였으므로 서로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공유하는 선에서 이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혐오표현’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간담회였지만 한국 사회 내의 권력 관계, 소수자 인권 상황, 정치의 문제 등 상당히 다양한 쟁점에 대해 법학, 사회과학, 시민운동,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다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는 그 자체로 혐오의 문제가 단순한 개인적 혹은 시대적 감정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일베가 또는 서북청년단재건위가 지금 권력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그들이 혐오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며 성 소수자가, 여성이, 세월호 가족이, ‘종북’ 세력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들에게 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순간 역설적으로 그들의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는 다른 이들의 실질적인 사회적 발언권을 위축시킨다. 혐오세력이 퀴어퍼레이드에 나온 성 소수자 활동가들을 ‘종북게이’라고 부르는 모습은 이것이 특정 정체성에 대한 감정적 혐오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에, 지배적인 사회 질서에 도전하는 이들 전체를 침묵시키기 위한 정치적 공격임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시민사회는 성 소수자, 여성, 세월호 가족, ‘종북’ 세력 모두의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해야 하며,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 입법 운동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떤 법적 규제이든 그것은 혐오라는 현상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권력관계를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수자, 저항하는 주체들의 실질적인 발언권을 되찾기 위한 시도로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글_김민재 ( 공감 21기 자원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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