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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12월 29일, 현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내놓았다.

 

  우리사회의 비정규직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큰 호응을 얻어서 그랬을까, 위 대책안을 ‘장그래법’이라 부르며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장그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이를 ‘장그래 양산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책안이 발표된 후 현재까지도 노동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지난 4월 22일 ‘노동시장 구조개혁 및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대한 법률단체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토론회에서는 대책안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발제가 이어졌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저성과자 해고제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간제 및 파견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말 그대로 업무 성과가 낮은 근로자를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규채용의 길을 넓히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날지 확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저성과자’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근로자들이 쉽게 해고될 위험이 있어 근로자들의 불안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대량해고를 일으켜, 정규직을 양산하기는커녕 비정규직 및 실업자를 배출하고 장기적으로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고 근로자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는 규율로서 근로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노동조합 결성률이 저조한 우리 사회에서 전체 노동자의 약 90%는 취업규칙에 의해 근로조건이 결정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이상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해왔는데, 이미 정해진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변경을 할 때에는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동의를 거치라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규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과반수의 동의가 없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려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과연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는지, 근로자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친 기업 정책 속에서 사용자와 근로자의 대등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정부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기간제 근로자들의 근로기간을 연장하고자 한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기간제 근로자 중 약 80%가 기간 연장에 찬성한다는 것이 근거였는데, 알고 보니 정규직 전환과 기간연장의 선택이 아닌 기간 연장에 대한 선호도만 조사한 것이기에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고령자 및 고소득 전문직들의 재취업 활성화를 위한다는 이유로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사용기간 연장 규정을 신설하는 등 근로자들의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아,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확대를 위해 위와 같은 내용의 대책안을 발표하였다지만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근로조건을 악화하는 방안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고용확대 및 안정에 관해 최근 이슈인 ‘사내유보금’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해 10대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약 500조원으로 2013년과 비교하여 약 37조원이 늘어났다. (‘저성과자 해고제도’를 발제하신 권영국 변호사님은, “500조 원”이란 한 달 200만 원 월급을 받는 근로자들의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할 수 있는 액수라 했다.)

 

  기업은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근로자들의 임금 및 고용조건 개선에 힘쓰기보다 더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친 기업정책만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투자처가 없어서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항변하는 기업들을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여 경기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될 것이다.

 

대책 아닌 종합대책이 실현되려는 국면에서, 민주노총은 4월 24일 ‘노동자·시민 살리기’ 총파업을 벌였다. 사람들은 시청 앞 광장에 한데모여 형형색색의 깃발을 흔들며 구호들을 외쳤다. 그들은 가슴 벅찬 포부를 가지고 모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방에서 사진을 찍어대고, 행진 곳곳마다 경찰들이 지켜보는 현장은 마냥 무섭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파업 참가자들은 무척이나 많았고, 그 안에 움츠려있자니 두려움도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가실 때 쯤, ‘이 사람들은 두렵지 않나, 왜 이런 자리에 굳이 모였을까’ 진지하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왜 이 곳에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 당장의 무언가를 바꾸고 얻기를 위함 보다는 우리의 목소리를 피력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직은 학생이지만 몇 년 후에는 나도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일 것이기에 남의 이야기 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 때문일까, 나는 좀 더 당당하게 행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민주노총 법률원의 변호사이자 공감 10기 자원 활동가였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분을 뵙게 되었다. 잠깐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지만, 저 분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공감’하는 이들과는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한편으론 24일 총파업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후기를 작성하며 돌아보니 이 날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 준 날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24일, 나는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하여 보았고, 집회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비로소 그들의 ‘이유 있는 고집’을 인정하게 되었다.

 

글_강준희(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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