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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6월 공감 주최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에 관한 월례포럼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연사로 정신장애인 당사자 한분을 초대하여 말씀을 들었습니다. 일곱 차례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경험이 있던 그분은 정신병원 강제입원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그 아픈 기억이 떠올랐는지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이었음에도 바로 본인이 잠시 흥분한 거 같다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여러 분 뵈었지만, 한결같이 극도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자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분들의 그러한 모습들을 보며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분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가 새겨놓은 ‘정신장애인’이라는 주홍글씨 탓이었습니다. ‘정신장애인’이라는 주홍글씨는 너무도 강력해서 정신장애인이 한번 되기만 하면 의사결정권도 박탈당하고, 정신병원에 수시로 강제입원을 당해도 어쩔 수가 없으며, 잠재적인 범죄자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결론에 쉽게 이르게 됩니다. 2009년 기준 국비로 책정된 전체 보건의료 예산은 5조 114억 원이고, 그 중 정신보건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0.6%에 해당하는 750억 원입니다. 750억 원 중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시설에 지원되는 금액은 732억 원으로 정신보건사업 예산의 97%에 해당하는 반면, 사회복귀시설에 관련된 예산은 15억 원으로 전체 정신보건예산의 3%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승자독식의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불평등이 자연법칙이 된 사회에서, 갈수록 그 격차가 커지는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에서, OECD 국가 중 수년째 자살률 1위를 도맡고 있는 사회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정신장애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함께 껴안아야 할 사람들이고, 그들을 희생양 삼아 우리는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신장애인도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정신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장애인 관련법은 신체적 장애인 위주의 지원과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정신보건법」은 병원 입원과 치료 등 의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지원과 권리보호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정신장애인이 기본적인 경제적·문화적 생활을 유지하고 일반 국민과 동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재활·고용·평생교육·거주시설·돌봄 등의 복지서비스 지원 방안, 피해 장애인에 대한 보호조치 등의 인권보호 방안 및 정신장애인지원센터 설립 등의 통합적인 지원체계 마련 방안 등을 규정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작년말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춘진 의원실과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생존권 연대가 함께 『정신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작업을 하고 있고, 공감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은 거대한 의료 권력과 사회의 차별·편견, 이를 방조하는 국가권력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고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같은 위헌적인 제도에 의해 지속적인 인권침해를 당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욕구가 최대한 반영된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_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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