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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마저 빼앗긴 것입니다.” 류민희 공익 인권 변호사의 발언이다. 3월 18일 오전 11시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2가에 위치한 중국 대사관 앞에서 류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다섯 명의 페미니스트·LGBT 운동가가 구금된 사건에 대해 “과거에도 인권 탄압이 있었지만 이번엔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마저 빼앗겼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3월 18일 오전11시 명동2가에 위치한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6일 다섯 명의 페미니스트·LGBT 활동가인 리 팅팅, 웨이 팅팅, 젱 추란, 우 롱롱, 왕 만을 체포했다. 세계 여성의 날(3.8)을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구금된 활동가들은 “성폭력 범죄자를 잡자: 경찰은 와서 잡아가라!” 라고 쓰인 스티커를 버스에 붙일 계획이었다. 이들의 죄목은 ‘공공질서소란죄.’ 사회 운동가들을 처벌하는 도구로 쓰여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죄목에 대해 중국 경찰은 자세한 설명을 거부했다.

 

  기자회견 중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 단체 회원 15명과 경찰 40여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석방 요구 발언을 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와 집시법 조항을 나열하며 해산을 요구하는 남대문 경찰서 경비 과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중형차 한 대가 서행해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에 경찰 40여 명과 활동가 15명, 취재 중인 언론인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시위 현장을 빠져나가는 중국인 관광객과 뒤엉켰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올해는 베이징 세계 여성 대회 20주년이 되는 해다.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적 선언이 시작된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중국의 여성·LGBT 인권 운동가들은 베이징 세계 여성 대회 20주년이 되는 해에, 세계 여성의 날을 이틀 앞두고 체포됐다. 체포 이유를 고지 받지 못한 채였다. 외신 Global Voices가 지난 16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활동가들의 가족과 변호사들은 구금 이후 12일 동안 면회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는 최근 중국 정치권이 내비친 전향적 태도와는 정 반대의 행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말 반가정폭력법 초안을 작성했다. 지방 조례가 아닌, 국가 차원의 법제화가 시작된 것은 처음이다. 구금된 활동가 중 한 명인 웨이 팅팅의 변호사 왕 치우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여성 인권과 양성 평등 신장을 촉구해왔다”며 “이는 구금된 활동가들의 목표와 일치하는 것으로, 이들은 처벌이 아닌 칭송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글_홍지유(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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