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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5개월간 한 주의 시작과 끝을 공감과 함께했다. 몇 년 전 공감에서 자원활동가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자원활동을 마무리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예상도 하지 못했던 서류합격 통보를 받고 친구와 함께 뛸 듯이 좋아했던 날. 드디어 공감 사무실에 가본다는, 공감 구성원들을 실제로 만나보게 되었다는 떨림에 설레던 면접날. 대학교 합격 때보다 더 기뻤던 최종합격소식과 낯설지만 따뜻했던 오티에서의 첫 만남. 그리고 아쉽고도 뿌듯했던 마지막 출근길. 매번 하는 말이지만 정말이지 시간이 참 빠르다 싶다.

 

  공감 자원활동을 통해 실제로 접하게 된 공감 구성원들의 일상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습지만 사실 나는 공감 구성원들은 영화 같이 박진감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실 거라고 지레 생각하곤 했었다. 그러나 공감에서의 하루하루는 대부분 조용하고 비슷비슷했다. 다만 치열했을 뿐이다. 업무의 많은 부분이 서류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구성원들은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일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10시부터 6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리서치 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고,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잠이 쏟아지기도 했고, 딴 짓을 하고 싶기도 했다. 새삼 여러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감의 많은 활동과 그 결과물들은 그 이면에 꾸준하고 성실한 공감 구성원들의 순간순간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사회에 어떤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에 이르는데 걸리는 수많은 시간을 견뎌낼 인내와 성실함, 좌절에도 다시금 일어날 용기마저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 구성원들은 말없이 스스로의 모습과 행동으로 가르쳐 주었다.

 

  리서치를 하면서는 나의 부족한 지식과 장애인권분야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늦게나마 알게 된 장애인들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나왔던 눈물, 형제복지원 모의법정에서 참지 못하고 흘리고 만 눈물은 그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했던 나 스스로에 대한 슬픔 때문이기도 했다.

 

  5개월이라는 기간은 짧지만 익숙해진 얼굴들을 떠나보내기엔 아쉬움이 충분히 깃드는 시간이다. 그것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요즈음 흔히 말하듯 거리감을 두고, 경계심을 가지고 만나야 하는 누군가가 아니라서 나는 너무나 좋았다. 내가 진심을 말하면 그것을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꽤 행복한 일이었다. 마음속에서나마 공감 사람들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나 보다.

 

  20기 동료 자원활동가들과 알아가면서는 그들이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멋지다 싶었고 나도 나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는데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탓에 모든 자원활동가들과 가까워지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가치관과, 적어도 인권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마음에서는 그렇게 거리감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무더웠던 여름, 공감과 반갑게 마주했고, 추운 겨울과 함께 공감과 작별했다. 그리고 다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공감 활동을 통해 난 얼마나 변한 것일까. 공감 활동을 통해 나는 평소의 캠퍼스 생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많은 일들을 겪었고 살면서 풀어나가야만 하는 많은 생각과 고민거리를 가지게 되었다. 한번은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공감의 활동에 손을 뻗자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경험들이 나에게로 왔다. 공감은 주저앉아있던 나에게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려 주었고, 앞으로의 삶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나가야 할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앞으로는 공감과 어떤 인연을 맺게 될까. 공감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물리적 관계보다도 정신적 관계의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공감에게서 배운 많은 것들을 스스로의 삶과 행동으로 연결 짓는 방식으로 그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

 

  재수를 결심했던 2009년 어디선가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공감의 이야기, '멋진 사람들이 많구나, 나도 이들처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당장은 행동으로 돕지 못했기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원하며 기부로 맺어온 작은 인연. 몇 년 전의 나는 과연 지금 이 순간을 예상이라도 했을까. 꿈같았던 5개월을 마무리한다. 공감의 길에 앞으로도 빛이 가득하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아쉽겠지만, 공감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그런 날을 꿈꾸며.

 

글_주선하(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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