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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총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만 8년이 되는 날이었던 지난 12월 1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최종견해 이행 및 모니터링 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장애인 단체의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행정부와 사법부 관계자들도 참여하여 보다 다각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토론회는 두 파트로 나뉘어 각각 최종견해 이행 체계와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모니터링 체계를 다뤘다.

 

  첫 번째 발제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재왕 변호사가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최종견해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현재 형식적인 역할에만 머물러 있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의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상시적인 논의와 조정, 평가가 가능해야 하므로 조정위원회에 사무처를 두어 상시적인 운영을 명확하게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의 강인철 과장이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강 과장은 최종견해의 권고사항을 분석하여 개별 부처별로 진행할 수 있는 권고와 협업이 필요한 권고를 구분하고, 개별 부처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해당 부처에 책임과 권한이 있음을 명확하게 하고 그 실적을 조정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여 이행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업이 필요한 권고사항의 경우에는 해당권고에 대하여 담당부처를 정하고 그 부처로 하여금 해당 권고의 이행을 책임지게 하고 조정위원회에도 보고하게 하여 이행을 추진하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 과장의 발제는 최종견해 이행에 대한 개인적인 열의가 느껴지긴 했지만 이와 같은 계획이 실제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협업에 해당하는 권고사항의 경우 담당 부처를 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일 정하더라도 미진한 사항에 대해 관련 부처 간 책임회피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현실적으로 예산부족과 같은 문제가 이행을 가로막고 있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파트의 마지막 발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수진 판사가 진행했다. 이 판사는 먼저 솔직하게 사법부의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무지를 고백하고 이러한 사법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앞으로 노력할 것이며 따가운 질책이나 조언 모두 감사히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고 나서 이 판사는 성년후견제도와 사법접근성과 같은 사법부가 이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이러한 발제는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었으나 성년후견제가 후견인 선정 및 교육과 관련해 많은 미흡한 점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 자기결정권 및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 가능하다는 점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제도라는 점과 장애인의 사법접근성에 있어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법제화가 아니라 사법부가 법을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도 사법부가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 판사의 발제는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사법부조차 법을 형식적으로 대하고 지키지 않는 마당에 누구에게 법을 준수할 것을 강제할 수 있을 것인가? 사법부는 그 자신이 법을 기반으로 하고 이를 다루는 기관이기에 그 어떤 곳보다도 엄정하게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토론을 진행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의 조문순 운영위원은 사법부가 장애인의 법적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여 협약이 바탕이 된 판례가 축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태도와 변화가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토론은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의 배융호 사무총장이 맡았다. 배 사무총장은 이재왕 변호사가 주장한 조정위원회의 내실화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보다 실질적인 집행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의 특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배 사무총장은 장애인차별철폐와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은 복지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복지계획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정부의 인권에 대한 의식수준을 통렬하게 질타했다.

 

  이어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모니터링 체계와 관련된 발제와 토론이 있었다. 두 번째 발제자였던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의 김대철 과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에 협약 이행관련 전반적 모니터링체계 구축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통해 최종 견해에 제시된 주요 사항들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협약 조문과 부합되지 않는 국내 법제에 대한 개선방안 및 장애단체와의 모니터링 협조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견해 이행에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책임이 막중한 것에 반해 발제는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의 모니터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다음으로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의 토론이 있었다. 염 변호사는 모니터링은 주기적이고도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하며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와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장애 유형에 따른 권리보장 여부에 관해 모니터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행모니터링을 위한 국내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며 협약 이행을 위한 전담부서는 정부 내 보건복지부가 총괄하는 형태로, 협약 이행 모니터링은 국가인권위원회 및 장애인단체가 협업하는 형태로 이원화 하여 실효성과 진정성을 담보하는 차원의 장차법 개정안이 조속히 입법화되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전담기구와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동권리협약 모니터링과 관련한 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가 이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염 변호사는 장애인권리협약 내용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판단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발제와 토론에서 논의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방안은 그 강조점이 대부분 비슷했다. 남은 것은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온전히 받아들여 구색만 갖춘 정책이 아닌 장애인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시행하는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그 역할을 잘 해나가는지 국민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공감을 통해 장애인권에 대해 생각할 많은 기회를 접하면서 장애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개개인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찾도록 장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권리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곧 다른 이들의 권리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난 후에 다른 이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을 보고 나의 권리‘도’ 침해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에서 나의 권리‘가’ 침해받는다고 느끼게 되는 과정, 즉 공감의 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장애인권에 대해 온전히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소중한 권리에는 무지하고 무관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의 권리에 대해 오롯이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전의 안일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글_주선하(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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