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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 그리던 변호사시험 합격 후 8개월, 저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수습기간을 보냈습니다. 현재는 수습을 마치고 공감 변호사로서 송무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돌아보니 개인적으로도 참 길게만 느껴졌던 2014년이었습니다. 새해를 새로운 기분으로 맞이하며, 공감의 기부회원님들을 비롯해 이곳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인사도 드릴 겸, 그 동안 지내온 일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출근길 아침 공기의 설렘과 부담이 생생합니다. 미생의 장그래 마냥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럽던 제게 공감의 변호사님들은 한명씩 돌아가며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었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사무실 주변을 각자 즐기는 코스대로 산책하며 여러 카페나 식당을 소개해주었다는 점이었어요. 앞으로 헌법재판소와 창덕궁 주변의 다양한 산책로를 맘껏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아직까지 그런 여유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출근 후 삼일 째 되던 날, 오리엔테이션이 끝남과 동시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사무실 제 뒷자리에 계셔야 할 황필규 변호사님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온몸으로 세월호를 보듬어 안고서 법률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많이 감동하곤 했습니다. 윤지영 변호사님은 학생 유가족이 아닌 일반인 피해자와 화물노동자들, 구조과정에서 사망한 민간 잠수사에 이르기까지, 안타까운 학생들의 죽음 한편에 쓸쓸히 숨죽여있던 피해자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두 분 변호사님들이 거대한 참사 앞에서 각자의 활동공간을 만들고 소통하며 일 해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저도 부족하나마 민변의 진상규명작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갓 수습변호사임에도 이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사무실 구성원들의 배려와 응원덕분이었습니다.

 

  공감의 구성원으로서 제가 일하고 싶었던 영역은 기간제, 간접고용 등 불안정노동의 문제와 장애인권 분야였습니다. 장애인권 영역을 맡고 계시던 염형국 변호사님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을 시작으로 민사손배청구, 건물철거소송과 헌법소원을 거쳐 입법안 검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적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켜주셨습니다. 불안정노동 영역의 윤지영 변호사님 역시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서부터 상고심 준비서면까지 제가 쓴 문장 하나하나를 검토해주셨습니다. 실로 꼼꼼한 지도였고 가르침이었는데, 지금의 저를 보자니 제 노력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짧은 기간 다양한 송무 경험 중에는 짜릿한 승리의 기쁨도 있고 아픈 패소의 기억도 있습니다. 이겼던 사건을 통해서는 소송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밀한 법리구성과 논증도 중요하지만, 사건의 복잡한 사실관계를 간명하게 정리하고 입증하여 판사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 정당한 판결에 함께 도달해가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던 계기였습니다. 졌던 사건 중에는, 패소한지 한 달여 쯤 지났을 때 당사자 분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편지에 담긴 당사자의 안타까운 심정과 그럼에도 감사했다는 마음은 앞으로 소송에 임할 때 늘 무거운 책임감으로 되살아날 것 같습니다. 사건을 유료로 수임하는 일반 법무법인과 달리 무료로 공익사건을 전담하는 사무실의 특성상 패소가 예상되면서도 다툴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하고 진행하는 사건이 많다 보니 당사자와의 관계가 좀 더 애틋한 경우도 많은듯합니다. 승소든 패소든 배울 것이 많았던 8개월이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송무에 관심이 많았지만, 사실 공감에서의 활동은 각종 회의나 기자회견, 집회 참석, 그리고 사회단체와의 연대 활동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8개월 간 꾸준히, 자주 뵈었던 분들은 서울 노원구의 활동가들과 아파트 경비원분들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이후 일상화된 정리해고와 정년 단축으로 한국사회에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오늘날, 직장에서 밀려난 아버지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일자리는 경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파트 경비원들의 노동조건은 참으로 가혹한 상황입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회사, 그리고 경비원이 갑, 을, 병의 관계를 맺고 있는 간접고용 상황에서 경비원들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함을 안고서 노동관계법 상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진 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사건도 이 같은 간접고용의 굴레와 불안정한 일자리가 낳은 구조적인 참극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노원구에서는 노동복지센터와 민주노총일반노조, 그리고 공감이 꾸준히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모임을 만들고, 집단적인 목소리를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었습니다. 지역 활동가들과 긴밀하게 결합하여 열심히 활동한 결과 현재 약 300여명의 경비원들이 안정적으로 모임을 가져가고 있으며 아파트 경비원 노동조합을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들의 노동에 사회적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라 노원구에서 선례를 잘 만들어 보자는 결의가 서로의 힘을 북돋아주고 있습니다. 노원구에서의 경비원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활동이 성과를 거둔다면 개인적으로 그 어떤 승소 못지않게 기쁠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적 의미도 클 것이라 생각되고요.

 

 

 

 

 

 

  제가 8개월을 지내온, 그리고 앞으로 활동해나갈 공감은 여러 공익변호사단체 중 하나입니다. 다른 공익변호사단체들에서도 저와 비슷한 경험과 활동 속에서 배워가는 동기 변호사들이 많습니다. 동기들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공익변호사로서 지내온 짧은 시간이 무척이나 즐겁다는 것, 참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공감을 비롯한 여러 공익변호사단체들에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애정을 가져주신다면 부끄러운 글이나마 쓴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바라건대 올해는 조금쯤 덜 아프고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공간에서 웃을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광장에서 오가며 마주치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따뜻한 이야기들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뵐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글_김수영 변호사

 

※ 공감의 기부회원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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