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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공감 소라미 변호사님을 따라 찾게 된 안양의 이주여성쉼터 위홈(Wehome). 사무실을 벗어나 발로 뛰고 마음으로 느끼는 현장인터뷰는 언제나 나의 맥박을 빨라지게 한다. "오늘은 어떤 분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하여 "과연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리라.

 

:: 9월 28일 오후 3시 :: 
 
위홈에는 오늘 내담자분들이 먼저 도착해 계셨다. 따뜻한 녹차 몇 모금에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고 소변호사님께서 인터뷰를 시작하셨다. 내담자는 필리핀 여성 사라(가명)씨와 협의 이혼한 안모씨 및 그의 어머니셨다.

사안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라씨는 안씨가 정신지체장애인 사실을 모르고 필리핀에서 만난 지 3일만에 결혼하였으며 한국에 와서 안씨가 이상한 행동을 하여 가족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영어를 할 수 있는 안씨의 사촌을 통해 안씨가 정신지체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개업체에서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으며 이를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사라씨는 결국 안씨와 협의 이혼하였고 현재 위홈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소변호사님께서는 사라씨를 대리하여 중개업체를 상대로 혼인파탄의 정신적 피해에 관한 위자료 소송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안씨도 마찬가지로 피해자라는 생각에 공동소송을 권유하고 싶어서 내담을 신청한 것이다.
 

한국어가 원활하지 못했던 사라씨와의 인터뷰에서는 얻지 못했던 혼인 전후의 정황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중개수수료에 눈이 멀어 혼인 당사자 양쪽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비일비재로 속이는 중개업체들의 만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은 안씨 입장에서는 정신지체라는 이유로 이혼을 당했다는 아픈 상처를 들추기 싫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소송을 하고 싶지 않다는 반복된 대답이었다. 
 

두 분에게 소송을 재고해 보실 것을 권유하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느꼈던 불안감, 아픔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공감(共感)이란 상호작용에서 형성되는 따뜻한 마음의 울림이라고 본다면 내 마음을 백번 열어 보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없다면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상대방의 상처의 자물쇠가 너무 굳게 잠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다.

 

:: 그 후 - 현재 진행형 :: 
 
결국 안씨 모자에게서 소송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최근 위홈의 조사에 따르면 '남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사실과 다르다'고 응답한 여성은 20.8%이며 사실과 다른 항목은 '성격'(57.1%), '소득'(47.7%) '재산'(34.2%) '직업'(33.3%) '가족 관계'(29.7%)의 순이라고 한다. 지금 이순간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무수한 결혼 중개업자들이 속전속결형 맞선에 열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캄보디아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싶은 남성들은 식당에서 음식을 고르듯 별 생각 없이 중개업자들이 '차려준' 신부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탈 것이고, 그렇게 '뽑힌' 이주여성들은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오늘도 인천공항에 내릴 것이다. 그리고 곧 눈물과 상처만 안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악순환의 끝은 어디 일까? 끝이 가능한 일인가?
  
인권침해의 악순환은 어디서 끝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멀게만 느껴지는 지평선도 한발 한발 가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 안씨 모자와의 만남이 이주여성 문제의 답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 되었길 기원해 본다. 

 

글_유혜인 (6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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